도쿄의 매력은 고층 빌딩이나 대형 쇼핑몰, 화려한 거리에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진짜 얼굴은 소박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에서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쿄 속의 감성 가득한 세 개의 골목 동네, 야나카, 시모키타자와, 가구라자카를 중심으로 조용하고도 깊이 있는 일본의 일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 야나카
야나카는 도쿄 북쪽의 우에노 인근에 위치한 전통 주택가로,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에서도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아 옛 일본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은 “야나카긴자”라는 골목 상점가를 중심으로 작은 상점과 카페, 오래된 목조 가옥, 그리고 고양이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야나카에 도착하면 먼저 “야나카 긴자 상점가”를 걷게 됩니다. 이 골목은 도쿄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생활형 시장으로, 튀김, 야키토리, 일본식 단팥빵 등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아 마치 도쿄의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야나카는 고양이의 마을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동네 곳곳에 고양이 장식품, 고양이 캐릭터 상품, 고양이 카페까지 있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고양이 조각상과 벽화, 때로는 실제 고양이도 만날 수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야나카 묘지를 산책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벚꽃 시즌에는 이 묘지를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장관을 이루며, 이곳에는 일본의 유명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묘도 있습니다. 역사와 일상이 공존하는 이 골목길은 ‘진짜 도쿄’를 느끼기에 가장 적절한 곳 중 하나입니다.
자유로운 감성의 거리, 시모키타
시부야에서 가까운 시모키타자와는 일본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동네입니다. 복잡한 대로보다는 좁은 골목골목에 숨겨진 빈티지 숍, 라이브하우스, 카페들이 시모키타자와의 매력을 완성합니다. 과거에는 연극인과 뮤지션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기 때문에 여전히 자유롭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흐릅니다.
시모키타자와의 가장 큰 특징은 ‘빈티지의 천국’이라는 점입니다. 이곳에는 수십 개의 빈티지 의류 상점이 밀집해 있어, 일본 전역에서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단순한 중고가 아니라 세월이 담긴 독특한 옷들이 많아 쇼핑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입니다. 특히 각 가게마다 특색이 뚜렷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숨어 있습니다. 평범한 외관 뒤에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 좋은 음악, 맛있는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죠. 카페 한 곳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동네는 드뭅니다. 매일매일 색다른 소규모 공연이나 플리마켓도 열려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도 있습니다.
시모키타자와는 변화와 고유함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재개발로 인해 역 주변이 깔끔해졌지만, 여전히 골목 안쪽은 시모키타자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성적이고 독립적인 무드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입니다.
프랑스 감성 가득한 일본 골목, 가구라
도쿄 중심부 이다바시구와 신주쿠구 사이에 위치한 가구라자카는 일본의 전통과 서양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거리입니다. 옛날에는 게이샤 문화가 발달했던 화류계의 중심지였으며, 지금은 고급스러운 일본 요리집과 프렌치 레스토랑이 조화를 이루는 ‘일본 속 작은 파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가구라자카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복잡하고 미로 같은 골목길에 있습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급 료테이(料亭, 전통 고급 일식집), 전통 찻집, 프렌치 비스트로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밤이 되면 조명이 은은하게 비쳐 한층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가구라자카는 프랑스인 유학생들과 외국인이 많아 프랑스풍 카페나 베이커리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르 브르통’ 같은 크레페 전문점이나, 고급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며 일본과 프랑스의 감성이 섞인 독특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은 예술적이고 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나 문학작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근처에는 아카기 신사와 같은 조용한 명소도 위치해 있어 번잡한 도쿄 중심가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 좋은 장소입니다. 가구라자카는 도시 속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여백 같은 공간입니다.
야나카의 정적이고 전통적인 분위기, 시모키타자와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거리감, 가구라자카의 이국적인 우아함. 이 세 곳은 도쿄라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진짜 도쿄의 감성과 삶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여행에 꼭 이 골목들을 담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